죄가 있다면 나를 모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를 모를 때, 즉 내가 육체인 줄 알고 생각과 느낌인 줄 알고,
과거의 상처인 줄 알 때 고통이 시작되니까요.
하지만 내가 그 모든 제약과 구속에서 벗어난 존재임을 알면 어때요?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상처도 없습니다.
물론 기쁘고 즐겁고 슬프고 화나는 감정을 경험하기는 하겠지요.
남을 원망하고 세상을 탓하는 생각도 떠오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차이가 있어요.
그것과 더 이상 나를 동일시하지 않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어때요?
그것들을 바라볼 수 있지요.
그런 생각과 감정이 잘못됐다는 판단 없이,
수련을 해도 이 수준이니 내가 한심하다는 자책감 없이
그냥 관조할 수 있는 겁니다.
높은 산에 올라 발 아래 구름이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듯이요.
'보면 사라진다'는 말이 있잖아요. 정말 그렇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타나는 것,
떠오르는 것들의 속성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살고 있을 뿐이지요.
그래서 자기 안에 떠오른 생각과 감정을 계속 붙들고 있는 겁니다.
내게 발생한 일들을 놓지 못하고
계속 물을 주고 싹을 틔워 생명을 연장시키는 겁니다.
이미 사라진 것의 환영을 부여잡고 스스로를 고통 속에 몰아넣는 꼴이라 할까요?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신비입니다>에서 발췌
2010. 12. 22
아침햇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