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를 노랗게 물들였다가 지나가면
꽃보다 더 예쁘던 여린 신록들도 듬직한 녹음을 이룹니다.
그제야 숲은 애띤 맛이 사라진 다소 질겨보이는 녹색을 띠지요.
계절의 여왕답게 당당해진 나무와 풀들은
비슷한 색깔이 되어 다함께 한통속이 됩니다. 바로 '초록은 동색'이 되는거지요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숲이 아닙니다.
6월이 다가와 짙어지는 녹색으로 지루하게 느껴질 무렵, 숲은 다시 상큼한 전략을 내놓습니다.
바로 흰색꽃을 피우는 일이지요.
가막살나무도, 층층나무도, 때죽나무도,쪽동백나무도, 산자락의 찔레도
맛있는 향기를 내는 아카시나무도 모두 흰꽃을 피웁니다.
녹색바탕에 흰색꽃...정말 사랑스러운 조화지요. 눈맛도 시원하고 편안해지는 조합입니다.
녹색칠판에 흰백묵처럼요.
여기엔 또 다른 비밀이 숨어있습니다.
나비와 벌과 같은 작은 곤충들 눈에는 바로 흰색꽃이 두드러지게 잘 보인다는 겁니다.
꽃들은 자기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향기와 색깔을 드러내어 벌과 나비를 유혹합니다.
그렇게 숲속의 봄은 지루하지않게 제 할 일을 하며 여름을 맞이합니다.